1. 일

1월부턴 과학도 가르치게 되었다. 정말 좋아하는 과목이고 시도해보고 싶은 활동들도 참 많은 과목이지만 특강이라는 한계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아 여러모로 괴롭다. 한 학기 교육과정을 8회차 안에 우겨넣어야 하니까 애들은 애들대로 시들시들해져가고 나도 허둥지둥대기 십상이다. 항상 이렇게 가르치는게 최선인가 의문이 들고 괜히 무리하는 것 같아 아이들한테 미안함도 크다. 조금만 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더 재밌게 가르칠 수 있을텐데... 기회만 된다면 과학정규반을 맡아보고 싶은 바람도 있다.

3월부터는 수학반 하나를 더 달라고 해볼 생각이다. 생활비를 혼자 벌어 충당하기가 쉽지 않더라. 달마다 마이너스난지 오래라 적금도 오래전에 깨버렸다. 더 아끼는 방법과 돈을 더 버는 방법 중에 돈을 더 버는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사실 원장선생님이 전부터 초등학생들도 맡아달라고 하셨지만 감당하기 힘든 개구장이들이라 거절해왔는데 그냥 감당해볼까 한다...

가르치고 있는 수학반 아이들은 여전하다. 요즘은 마구 날뛰는 망아지들같기도 하다. 아이들의 미친 에너지와 인싸력에 가끔 수업이 혼돈에 빠져버리지만(학원에서 제일 시끄러운 반으로 유명하다) 잘만 이용하면 수업에 적당히 생기가 돌아 그렇게 나쁜건 아니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아는 반이라 가르치는게 힘들진 않다. 다만 종종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와서 이렇게 풀어도 되는건가..?고민에 빠지곤 한다. 이건 왜 안돼요, 저렇게 해도 되지 않나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때문에 나 혼자서도 계속 공부해야한다.

아이들과 실험해보려고 구매한 과학기자재

 

2. 전공

전공이 결정되었다. 1전공은 소프트웨어융합학과, 2전공은 화학생명환경과학부 생명환경공학전공이다. 1년동안 전공선택때문에 고민이 깊었고 때로는 괴로웠다. 뭐라도 결정하고나니 후련한 기분이다. 소프트웨어융합학과는 절대 갈 일 없는 학과라고 생각했는데 사람 일 어떻게 될지는 역시 아무도 모른다. 전에는 코딩이 너무 싫었는데 디자인을 배우면서 답이 딱딱 나온다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아름답다는 건 도대체 뭐지, 내 미감이 정말 썩어비틀어진건가 아니면 교수님이 지나치게 주관적인건가 아니면 대중의 입맛이란게 이런건가, 생각의 골이 깊어지면서 결론적으로 내 디자인은 실패했다고 판단했다. 뼈를 깎는 노력을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애정을 가지고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분야인데 결과가 고작 이 정도라는 사실에 좌절하고 상처받은 이유도 있다. 디자인은 앞으로 타인에게 평가받지 않는 선에서 취미로만 즐기기로 마음 먹었다. 이제 뭐하고 먹고살진 모르겠고 하고싶은 일만 잔뜩 있지만 그 중에서 메인을 당장 결정할 생각은 없다. 그저 해야하는 일, 다가오는 기회에 충실히 임하다가 언젠간 결정할 수 있을 때 결정하려고 한다. 

생명환경공학을 복수전공하는데엔 교수님과의 면담이 큰 영향을 끼쳤다. 이 학과를 복수전공해도 괜찮을지, 복전한다면 뭘 준비해야할지 등을 여쭤보러 간 것뿐인데 오랜 시간동안 뼈와 살이되는 이야기들을 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진로로 한창 고민하고 있을 때였기도 하고 심적으로도 많이 지쳐있는 시기에 같이 고민해주시고 용기를 주는 분을 만났다는 건 행운이었다. 좋아하는 학문이고 이 분야로 어떤 길이 열릴지 모르니 열심히 공부해보려고 한다.

 

2.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를 준비하고 있다. 연주회 참여하는데 들인 돈이 너무 커서 다음에 또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돈만 괜찮다면 또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힘들지만 실력도 많이 늘고, 잘 따라가진 못해도 좋아하는 연주니까 말이다. 연습하다보면 세상엔 정말 내가 못하는 것 투성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럴 땐 심하게 스트레스도 받지만 '그래...바이올린 정도는 못해도 괜찮다...'라고 위로하려 애쓰는 편이다.

 

3. 공부

공부해야할 게 넘쳐난다. C, C++, 자바, 아두이노, 드론, 해킹 툴 쓰는 법 등등...전공성적에 더 이상 흠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남은 방학동안 서둘러야한다. 영어도 해야 하고 수학과학 공부도 틈틈이 해야한다. 공부해보고 싶은 제2외국어도 많지만 지금 같아선 엄두도 못내겠다.

 

4. 바라는 것

돈이 많았으면 좋겠고 쉴 시간도 많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내 모든 시간이 퀘스트들로 촘촘하게 짜여져있다는 생각이 든다. 방학 때라도 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많이 아쉽고 앞으로 더 못 쉴 예정이라 씁쓸하다. 종종 스카이스캐너를 뒤지는데 과연 스크랩해둔 티켓을 살 수있는 날이 오긴 할지 의문이다. 올 여름엔 여행도 다니고 지금보다는 더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으면 한다.

 

방학 때도 고양이 밥은 줘야한다. 겨울집에 핫팩 넣으려고 안에 들어있던 뉴냥이를 꺼냈더니 뚱해져있다. 우동이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신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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