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것들을 좋아합니다. 아기자기하게 즐비한 문구류, 포근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인형, 귀엽게 장식한 카페 음료 등등 바라만 봐도 행복해지는 것들이 많습니다. 동물들도 정말 귀여워합니다. 학교에 볼 일이 없는 날에도 학교 고양이들이 보고 싶어서 걸음 한 날들이 꽤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귀여워하면 할수록 자꾸만 미안해지는 대상이 있습니다. 막상 마주치면 ‘너무 예쁘다!’생각이 들지만 지나가고 나면 씁쓸한 마음이 맴도는 것입니다. 이 불편한 마음이 생기는 이유를 잘 알고 있고, 남들도 조금은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막상 이야기를 꺼내자니 괜히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아 조용히 간직만 했던 마음을 오늘 꺼내볼까 합니다.
제가 꺼낼 이야기는 품종 동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품종이란 외부적으로 형질 또는 특성이 같고, 유전 형질의 조성이 같은 개체의 집단을 뜻합니다. 웰시 코기, 비숑 프리제, 포메라니안과 같은 강아지들이나 스코티쉬 폴드, 먼치킨 같은 고양이들이 대표적으로 꼽히는 품종 동물입니다. 순수한 혈통의 품종 동물들이 그렇지 않은 동물보다 더 선호 받는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습니다. 순종이 더 예쁘거나, 더 똑똑하고 순하다고 알려지거나, 더 고귀하다고 여기는 시류가 주요한 원인입니다. 여기에는 반려동물 관련 미디어에서 동물의 품종명을 전면에 내세워 해당 품종의 귀엽고 밝은 면만을 보여줌으로써 유행을 부추기는 부분도 있습니다. 실제로 특정 품종 동물이 유행을 탈 경우, 혈통 증명서를 등에 업고 몸값을 불린 해당 품종 동물들이 분양시장에 쏟아져 나오곤 합니다.
귀여운 품종 동물이 세상에 나오는 과정은 어떨까요. 품종 동물은 보통 동물 번식장 또는 브리더에 의해 탄생됩니다. 동물 번식장은 동물이 자기 한 몸 누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철창이 빼곡하게 들어선 곳입니다. 약간의 활동도 제한된 상태에서 철창 안의 동물들은 비위생적인 환경과 질병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새끼를 낳는 동물들에게 발정유도제를 먹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배에 실패할 경우 인간이 인공수정을 시킵니다. 출산할 때 동물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 수의사가 아닌 사람이 제왕절개를 하고, 이렇게 태어난 새끼들은 동물보호법이 정한 생후 거래 금지 기간 60일을 못 채운 채로 어미 곁을 떠나게 됩니다. 계속된 임신과 출산으로 불임이 된 동물들은 버려지거나 식용으로 팔리는 결말을 맞습니다. 이렇게 번식장에서 이루어지는 악행들은 대부분 불법이나, 처벌의 무게가 가볍고 교묘히 법망을 피해 갈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합니다.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는 불법으로 운영 중인 번식장이 전국에 약 800~1000여 곳이 있는 것으로 추산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문적으로 동물 교배와 번식을 하는 브리더에게 분양받는 방법은 어떨까요? 브리더는 각종 동물 대회에 우수품종 동물을 출전시킬 목적으로 동물 교배를 하는 경우가 많아 동물 번식장보다는 나은 환경을 갖추고 있는 편입니다. 그러나 순수 혈통에 대한 브리더의 고집으로 인해 순종 교배로 태어난 동물들의 유전병은 무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예로, 작은 체형과 큰 머리, 큰 눈을 가진 치와와의 경우 두개골이 온전히 형성되지 않아 뇌질환에 취약하며, 스코티쉬 폴드 고양이는 뼈와 연골을 변형시키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뼈가 기형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외에도 불도그, 닥스훈트, 웰시코기, 먼치킨, 렉돌, 페르시안 등 대부분의 품종 동물들이 고유한 유전병을 가지고 있으므로 귀엽고 특이한 외형 뒤에 숨겨진 동물의 아픔을 헤아려야 할 것입니다.
사실 반려동물의 선택에 있어 사람들마다 제각기 다른 기준과 취향을 갖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악의 없는 선택이 비윤리적인 동물 생산방식에 숟가락을 얻는 형국이라면, 그리고 동물 유전병의 악순환에 작은 기여를 하는 모양이라면 선택을 재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계속되는 악습을 끊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은 ‘품종 동물 사지 않기’입니다. 그리고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싶다면 ‘유기 동물 입양하기’를 추천합니다. 흔히 유기 동물은 그들만의 트라우마가 있어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유기 동물 보호소에 한 번이라도 방문해본다면 살갑고 다정한 성격의 동물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유기 동물들도 있지만 그 아이들만의 상처를 보듬으며 새로운 삶을 선물하는 것도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유기 동물의 규모는 전국 13만 마리가 넘는다고 합니다. 13만 마리 중 하나 정도는 당신과 인연이 닿길, 그리고 학대와 고통 속에서 태어나는 품종동물이 한 마리라도 줄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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